해외영업 업무를 하다 보면 생산도 끝났고 포장도 완료했고, 출하 준비까지 모두 해놓았는데 갑자기 일정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인도네시아 출하가 그랬습니다.
2026년 9월 4일 밤,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au) 화산의 분화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화산 분화가 우리 출하 일정과 직접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화산재가 자카르타와 주변 지역까지 영향을 주면서 공항 운영과 항공편에 차질이 발생했고, 준비하고 있던 제품의 출하 일정도 약 이틀 정도 지연됐습니다.
제품 생산이 늦은 것도 아니고 출하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천재지변으로 갑자기 물류 일정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분화한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은 어디에 있을까?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는 활화산
아낙 크라카타우는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의 순다해협(Sunda Strait)에 위치한 활화산입니다.
인도네시아어로 Anak은 ‘아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Anak Krakatau는 말 그대로 ‘크라카타우의 아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이름에는 오래된 역사가 있습니다.
1883년 크라카타우에서는 역사적으로 매우 큰 분화가 발생했고, 화산섬의 상당 부분이 붕괴했습니다. 이후 1927년부터 옛 크라카타우 칼데라 안에서 새로운 화산 활동이 시작됐고, 이것이 현재의 아낙 크라카타우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에도 아낙 크라카타우의 산체 일부가 붕괴하면서 쓰나미가 발생하는 등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화산입니다.
2026년 9월 4일 다시 큰 분화가 시작됐다
이번 분화는 9월 4일 밤 11시경부터 본격적으로 관측됐습니다.
화산재가 넓은 지역으로 퍼지면서 자카르타를 포함한 주변 지역의 항공 운항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인도네시아 주요 공항들이 임시 폐쇄됐고, 전체적으로 약 2,961편의 항공편이 취소·지연·우회되면서 약 34만 명의 이용객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영향을 받았던 공항들은 화산재 제거와 안전점검을 거쳐 9월 8일부터 다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뉴스에서는 ‘화산 분화로 항공편 결항’이라는 한 줄로 끝날 수 있지만, 실제 해외영업 업무에서는 이것이 바로 고객 납기와 출하 문제로 연결됩니다.

화산이 공항 바로 옆도 아닌데 왜 비행기가 못 뜰까?
문제는 용암보다 화산재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화산이 공항 바로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비행기가 못 뜨지?”
가장 큰 문제는 용암이 아니라 화산재(Volcanic Ash)입니다.
화산재라고 하면 나무나 종이가 타고 남은 가벼운 재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화산재는 다릅니다.
매우 작은 암석과 광물, 화산유리 등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고, 큰 분화가 발생하면 높은 고도까지 올라간 뒤 바람을 타고 상당히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산이 공항에서 떨어져 있다고 해도 화산재의 이동 방향과 고도에 따라 항공기가 이용하는 항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산재가 제트엔진에 들어가면 위험한 이유
제트엔진은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하고 연소시키면서 추진력을 만듭니다.
그런데 화산재가 공기와 함께 엔진 안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화산재에 포함된 유리질 규산염 성분은 제트엔진 내부의 높은 온도에서 녹을 수 있습니다. 이후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엔진 내부에서 다시 굳으면서 부품에 달라붙고 공기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화산재는 이외에도 항공기에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제트엔진 성능 저하 및 손상
- 항공기 앞유리와 외부 부품 마모
- 센서 및 항법장비 오염
- 시야 저하
- 심한 경우 엔진의 추력 상실
실제로 과거에는 화산재 구름에 들어간 대형 여객기의 엔진 여러 개가 동시에 정지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화산재 구름은 일반적인 기상 구름과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고, 항공기의 일반적인 기상 레이더만으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화산재가 항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면 항공사는 위험을 감수하고 운항하기보다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우회하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우리 출하 일정에도 문제가 생겼다
제품은 준비됐는데 운송이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제품도 출하 준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계획했던 일정대로 움직이기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출하 일정이 약 이틀 정도 밀리게 됐습니다.
해외영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조금 난감합니다.
우리 회사의 생산문제도 아니고 제품문제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단순히
“화산 때문에 늦습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끝낼 수도 없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원인 자체보다 결국 이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주문한 제품은 언제 받을 수 있는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이어에게 상황을 알리는 것이었다
모든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출하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고객에게 먼저 현재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이런 경우 정확한 출발시간이 다시 확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락하기보다는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도 재고나 생산일정을 조정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은 세 가지였습니다.
- 현재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가?
- 우리 출하 일정에 어느 정도 영향이 예상되는가?
- 현재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가?
즉, 인도네시아 화산 분화와 화산재로 항공 운항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출하가 약 이틀 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가장 빠른 방법으로 제품을 보내기 위해 대체 운송방법을 확인하고 있다는 내용도 함께 공유했습니다.
바이어에게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Due to the volcanic eruption in Indonesia, flight and cargo operations are currently being affected by volcanic ash.
Our shipment may therefore be delayed by approximately two days.
We are checking the fastest available shipping option and will keep you updated.
단순히
“Shipment will be delayed.”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상황 → 예상 영향 → 현재 대응
까지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고객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릅니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문제를 확인한 뒤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같이 알려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DHL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출하했다
항공 일정이 정상화되기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고객에게 상황을 공유한 뒤에는 기존 운송 일정만 기다리지 않고 가능한 방법들을 같이 확인했습니다.
천재지변이나 갑작스러운 항공편 취소가 발생했다면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기존 항공편의 운항 재개 예상시간
- 다른 항공편 이용 가능 여부
- 다른 출발편 또는 경유편 가능 여부
- Air Forwarder를 통한 긴급출하
- DHL, FedEx 등 Express Courier 이용
특히 화물의 부피와 중량이 크지 않다면 긴급한 상황에서는 DHL이나 FedEx 같은 특송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고객에게 상황을 먼저 공유한 뒤 DHL을 이용해 가능한 빠르게 제품을 출하하는 방향으로 대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초 계획보다 약 이틀 정도 일정에 영향을 받았지만,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먼저 상황을 알려주고 이후 최대한 빠른 방법으로 제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출하가 지연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 일을 경험하면서 해외영업 담당자의 대응 순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뉴스만 보지 말고 실제 물류상황을 확인한다
화산이 분화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 항공편과 모든 화물이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예약된 화물에 실제 영향이 있는지 포워더나 항공사, DHL, FedEx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국가에서도 공항과 항공로, 화산재의 이동 방향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지연 가능성이 높다면 고객에게 먼저 알린다
100% 확정된 일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늦게 알리는 것보다 고객 납기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면 먼저 공유하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제조업 고객이라면 부품 입고일에 따라 생산이나 재고계획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문제만 전달하지 말고 대안도 함께 이야기한다
“화산 때문에 출하가 지연됩니다.”
라고 끝나는 것보다
“화산재 때문에 항공 일정에 문제가 발생했고, 현재 DHL을 포함해 가장 빠른 대체 운송방법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라고 전달하는 편이 좋습니다.
화산 분화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 이후의 대응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4. 긴급한 상황에서는 운송비만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
DHL 긴급출하는 기존 운송방법보다 비용이 더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이 늦게 도착해 고객의 생산라인이나 납기 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추가 운송비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긴급한 상황에서는 추가 물류비와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납기 리스크를 함께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5. 관련된 기록을 남겨둔다
천재지변처럼 평소와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면 관련 자료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 공항 폐쇄 또는 항공편 운항 관련 안내
- 포워더 안내메일
- 고객에게 최초로 상황을 공유한 기록
- 대체 운송방법을 검토한 내용
- DHL AWB 및 Tracking 정보
- 실제 출하일과 도착일
나중에 고객이나 회사 내부에서 왜 납기가 지연됐는지 확인할 때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천재지변이면 무조건 Force Majeure일까?
화산 분화, 지진, 태풍 같은 자연재해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계약서의 Force Majeure 조항과 관련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산이 분화했다고 해서 모든 거래에서 자동으로 Force Majeure가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계약서의 조항, 통지방법, 해당 사건과 납기지연 사이의 관계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고객에게
“Force Majeure이기 때문에 우리 책임이 아닙니다.”
라고 먼저 이야기하기보다는 현재 발생한 상황과 납기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가 하고 있는 대응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했던 것은 빠른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이번 일은 생산문제도 아니었고 제품문제도 아니었습니다.
2026년 9월 4일 갑자기 시작된 인도네시아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 분화라는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원인이 무엇이든 예정된 제품이 늦게 도착한다는 결과는 같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 느낀 것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빨리 확인하고, 얼마나 빨리 알려주고, 어떤 대안을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해외영업을 하다 보면 화산뿐 아니라 태풍, 폭설, 지진, 항공편 결항, 항만 파업 등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미리 막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상황을 빠르게 확인하고 → 고객에게 먼저 공유하고 → 가능한 대안을 찾아 실행하는 것.
이번에는 화산재 영향으로 출하 일정이 약 이틀 정도 지연됐지만 고객에게 상황을 먼저 공유했고, 이후 DHL을 이용해 가능한 빠르게 제품을 출하했습니다.
해외영업에서 고객과의 신뢰는 모든 일이 항상 계획대로 진행될 때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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